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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茶飯事

교통약자와 함께하는 아난티 앳 부산 코브 -feat. 동절기

by ruri 2025. 1. 2.

연말에 가족과 아난티 앳 부산 코드에 다녀왔다. 

아난티에 대한 후기는 많은 분들이 매우, 잘 남겨주시니 나는 교통약자를 가족으로 둔 입장에서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그리고 동절기를 곁들인...

 

1. 왜 아난티인가?!

모든 시작은 엄마가 "오빠, 언니가 보고싶다." 에서 시작했다. 

부산에 계신 외삼촌, 이모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가기로 했고, 부산에 가기로 했다고 언니(이모)와 전화통화를 하던 엄마가 통화를 마치고 우리에게 한마디를 하셨다.

"요새 기장이 그리 좋다메?"

그렇게 아난티 앳 부산 코브를 예약하게 되었다.

(응???)

 

2. 오션 스위트 

일단 호텔이 기장 바다로 바로 접근이 가능하고 객실에서도 바다가 보이는 것이 좋았다.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딱! 이었다. 

방은 오션 스위트룸이었다.

이 방을 예약한 혈육의 표현에 의하면 방을 선택하는 것이 자동차 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반떼에서 롤스로이스가 되는 기적을 보았다고...

일단 이 호텔은 기본방을 예약하면 사우나나 야외 수영장 (워터하우스)가 유료이다. 

아니 내가 이 호텔 투숙객인데도 부대시설을 유료로 쓰라고 하다니 참으로 치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물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을 고려하면 우리는 사우나와 수영장을 100%의 확률로 사용할 것이고, 해당 시설을 무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이그제큐티브룸을 예약해야 했다.  

그리고 이그제큐티브룸이나 스위트룸이나 가격에 별 차이가 없어서 스위트룸을 예약했다고 한다. (응???)

보라 아름다운 오션뷰의 자태를!

스위트룸은 거실과 침실이 각각 있고 거실과 침실에 테라스가 각각 있어서 바다를 바라보기 좋았다. 

단, 동절기엔 바닷바람이 좀 춥다. 그리고 생각보다 밤에 바다가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화장실도 두개가 있어서 셋이서 사용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욕조이다. 욕조에 바다를 바라보며 반신욕하기 딱이었다. 실제로 밑에 마켓에서 배쓰볼 하나 사서 엄마 반신욕 해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3.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티타임 시간과 이브닝에 라운지를 이용하였다. 어쩌다 보니 이틀 다 저녁을 라운지에서 때웠다. 

일단 라운지 운영시간과 나이제한은 다음과 같다. 

실제로 아이를 데리고 라운지에 온 가족을 보았는데 결국 되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들어오면 이런 통바다뷰 좌석과 간단한 다과가 준비되어 있다. 

이브닝 시간에는 사진을 못 찍었다. 일단 사람이 많기도 했고... 술 먹느라 못 찍었다. 

나와 같은 술쟁이를 위해 남겨보자면... 이브닝 시간에는

하이네겐, 버드와이저 병맥주가 준비되고 스파클링 와인 (diamour blanc de blancs)과 레드, 화이트 와인, 진, 말리부, 제임슨 위스키, 보드카, 바카디 등이 있었다.

그리고 토닉워터, 클럽소다, 진정에일, 코카콜라, 코카콜라제로, 스프라이트가 있었다. 

나는 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다가 진토닉이나 말리부랑 오렌지 주스를 타서 칵테일로 마셨다. 

 

4. (유료시설) 워터하우스, 사우나

아난티 앳 부산 코브가 유명한 이유가 바다가 보이는 인피니티 풀이 있는 워터하우스 때문이라고 들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일반 객실의 경우는 추가금이 있다. 

우리도 물을 좋아하는 엄마를 모시고 워터하우스를 방문했다.

그런데 동선이 이상하다. 일단 건물을 나와서 상업시설을 가로질러서 워터하우스 건물에 도착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그리 멀지 않은 길일지 모르나, 교통약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먼 길이다. 

건물을 나와서 워터하우스 입구까지 10분이 걸렸다. (일반사람이라면 3분 정도면 될 것 같다.)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착하여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두번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탈의실에서 수영장까지 가는 길이 모두 계단이다. 무려 2층을 올라가야 했다. 

진짜 헛웃음이 나오더라. 엘리베이터와 같은 이동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낑낑거리며 올라가니 실내 수영장이 나오더라. 그래서 인피니트 풀이 있는 실외로 나가기 위해 우리가 마주한 것은

운행이 안되는 엘리베이터와 무한한 계단이었다. 

이 계단을 보통사람이라면 30초 만에 올라갔겠지만 엄마를 붙잡고 2분 정도 올라간 나는 발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맨발이 차가운 바닥을 만나 그 위로 겨울 바다 바람이 불고 정말 발이 떨어져나가는 2분이었다. 

다행히 엄마는 아쿠아 슈즈를 신어서 그리 발 시리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나는 죽는 줄 알았다. 

인피니트 풀은 이런 느낌.

동절기라 야외 수영장의 가장 큰 풀은 개방하지 않고 이 인피니티 풀만 개방하고 있다. 

일단 좋은데 춥다. 수영장 물은 따뜻한 물이긴 한데 바닷바람이 너무 춥다. 많이 춥다. 

너무너무 힘들게 마법의 성을 지나 꼬불꼬불 계단을 넘고 또 넘어왔는데 하아...

여름에 오면 좋았겠지... (하지만 사람도 많았겠지?)

여기가 아이들 친화적이라 생각했는데 여기 실내 수영장을 보면 그렇다. 

일단 최고 수심이 1m이다. 이것마저 안쪽에 어두운 곳에 있고 창문으로 바다를 볼 수 있는 수영장의 최대 수심은 0.6m이다.

심지어 0.3m도 있었다. 뭐야.. 이 30cm자같은 수심은!

이것을 수영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목욕탕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과 놀기에는 좋은 곳임은 맞는 것 같다. 

사우나는... 사우나였다.

첫날은 밤에 와서 아무 불빛없는 컴컴한 창을 보았고 마지막날에 해 뜰 때 탕 안에서 보는 일출은 좋긴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바라보고 있으니 눈부셔서 도망가야 했다. 

 

5. 주변 환경 

호텔에서 바로 기장 앞바다 산책길이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 또한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바로 진입하기 힘들었다. 

나중에 저 멀리 경사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되돌아올 때는 이용했으나 안내가 없어서 모르는 사람을 계단에서 낑낑 거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산책로 자체는 보행기를 끌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잘 되어 있었다. 

기장 바다는 아름답다. 

 

6. 총평

일단 하드웨어는 좋은 호텔임이 분명하다. 서비스도 불편함 없이 만족하며 이용했다. 

다만 애초에 교통약자를 위한 설계가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다. 

교통약자들이 호텔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든다.

또한 내가 교통약자가 아니라더라도 굳이 돈을 내고 이 유료시설을 이용한다고? 하는 지점들이 꽤 있었다. 

도대체 투숙객에게 돈 받으면서 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시스템은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 모르겠다. 

 

객실: ★ ★ ★ ★ ☆ (오션뷰 Good!)

서비스: ★ ★ ★ ★

워터하우스: ★ ★ (다음번에 돈을 내고 간다? 글쎄? 인피니티풀 사진이 그렇게 중요한가?)

사우나: ★ ★ ★  (다음번에 돈을 내고 간다? 그냥 욕조 있는 룸을 예약해서 거기서 반신욕하겠다.)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 (애초에 설계부터...)

 

그래도 엄마가 (힘들었지만) 행복해하셨으니 함께 간 나도 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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