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이야기는 대차게 망한 페낭 기항지 투어로 나의 깊은 빡침이 담겨 있다.
원래의 계획은 이랬다.
하선 - ATM에서 출금 - 트라이쇼 체험 및 벽화거리 투어 - 발마사지 - 승선 (대략 5h 소요)
뭐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내 여행 인생에서 이렇게 뭐하나 맞아 들어가는 게 없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단 다섯 시간 투어 계획인데도...
어디서부터 틀어졌냐면 첫 시작인 트라이쇼부터 망했다.
트라이쇼란 말레이시아 전통 교통수단으로 삼륜자전거이다.
난 정말 페낭에 도착하면 어디를 가도 트라이쇼가 이렇게 깔려 있을 줄 알았다.
내가 ATM에서 오늘 쓸 현금을 뽑기로 하고 휠체어를 탄 엄마와 혈육은 크루즈 터미널을 나와서 만나기로 했다.
참고로 크루즈 터미널 2층에 있는 ATM기는 트래블로그로 인출 시 수수료가 붙는다 (15링깃)
터미널 앞에 HSBC부터 온갖 은행들이 있으니 거기서 뽑으시길...
돈을 뽑고 터미널을 나오는데 예상대로 트라이쇼가 깔려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좀 더 앞으로 나가도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찾으러 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페낭 크루즈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빅토리아여왕 시계탑. 저멀리 크루즈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페낭 여행의 시작.
터미널 건물을 빠져나오니 택시 호객꾼들이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놓았고 그들을 피해 정신없이 길을 건너니 주위에는 뜨거운 태양과 건물들 뿐이었다.
그때는 조그만 더 가면 트라이쇼가 나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휠체어를 끌고 올드타운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쪄죽는 날씨에 우리는 휠체어를 밀며 트라이쇼를 찾다가 결국에는 목적지인 벽화거리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뭐... 사실상 엄마는 우리가 끄는 무료 트라이쇼를 탄 셈이나 다름없지만 우리는 관광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노동을 하게 되었다.
터미널까지 벽화거리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10~15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이다.
가는 중간중간 건물들도 이뻐서 충분히 걸어갈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다. 휠체어를 끌어야 한다고.
교훈: 건강하고 걷는 것 좋아한다면 걸어서 벽화거리 가는 것도 좋으나 새로운 경험과 편하고 싶다면 터미널 나오자마자 트라이쇼를 흥정해서 타고 가자!
이미 벽화거리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지쳐서 벽화고 뭐고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벽화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고 있어서 사진 찍기에도 쉽지 않았다.
(훗날 엄마는 휠체어에 앉아서 봤던 페낭 거리와 벽화들이 이뻤다고 하셨다. 하아...)
벽화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트라이쇼를 찾으려고 방황했지만 운전사가 없는 빈 트라이쇼만 있고 결국 우리는 트라이쇼를 못 탔다.
트라이쇼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냥 발마사지나 받으러 가자하고 그랩으로 택시를 부르려는데...
분명 어제까지 싱가포르에서 잘 썼던 그랩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라는 알림창만 뜨고 도저히 실행되지 않았다.
아아... 스.뚜.레.쓰. 아니 패닉!!
벽화거리에서 발마사지샵까지는 차로 20분 거리고 도저히 걸어서, 아니 휠체어를 끌고 갈 수 없는 거리이다.
휴대폰을 껐다 켜고, 데이터를 껐다 켜고 별짓을 다했는데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혈육의 그랩도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그 지경이 되면 발마사지건 뭐건 다시 터미널로 돌아갈 길이 까마득해지는 거다. 이걸 또 끌고 돌아가야 하다니...
머리가 새하얘졌다.
결국 네이버 검색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그랩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오류시 해결책
1. 휴대폰 설정에서 언어를 영어로 변경
2. 다시 그랩 실행 -> 사진을 등록하라는 알람이 뜨면 셀카를 찍어 사진을 등록한다.
3. 문제 해결
아.. 이걸 못 찾아서 땡볕에서 어떡하지 하면서 맘 졸였잖아. 엄마도 불안해서 걱정하고... 갑자기 그랩 왜그러는거야!
여하튼 여기서부터 계획한대로 흘러갔으면 그리 화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차를 불러 마사지샵으로 가는데... 택시가 15분 후에 온덴다. ㅎ
휠체어 때문에 큰 차를 불렀기 때문에 다시 불러도 비슷할 것 같아서 그냥 근처 호텔 로비에 앉아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는 20분 후에 왔다. 부모님과 여행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마가 뜨는 순간을... 효도관광은 착착 맞아 들어가지 않으면 부모님으로부터 공격이 들어온다.
택시를 기다리는 20분이 나에게는 20년 같았다.
아무튼 택시를 타고 마사지샵으로 갔다.
사실 예약을 하고 갈까 했는데 앞에 트라이쇼를 타게 된다면 언제 마칠지 몰라서, 그리고 워크인으로 들어간 후기도 많아서 그냥 무작정 갔다.
이건 나의 실수다. 효도관광에서 이러면 안되는데...
마사지샵은 지금은 만석이니 15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래서 택시도 20분 기다렸는데 마사지 15분 못 기다리겠나 싶어서 마사지샵 앞에서 15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그 동네에 다른 마사지샵도 찾아봤는데 춘절 이후라 휴점인 곳이 많아서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15분 후에 두 자리 밖에 없으니 두 명이 먼저 받고 나머지 사람은 나중에 받으라고 한다. 아니 어이가 없어서.
처음부터 세 명이라고 말했는데 이제와서 두 명만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래서 나머지 한 명은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두 시간 후에 된다는거다.ㅋ
무슨 발마사지 한 시간 받으려고 두 시간을 기다려? 춘절이라 주변에 장사하는 곳이 여기 하나라지만 너무 배짱 장사네!
그래서 됐다고 하고 마사지도 포기했다.
기항지에 내려서 세 시간이 지났는데 뭐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계획한 것 중에 하나도 한 것이 없었다.
갑자기 승선시간까지 시간이 붕뜨게 되게 되어 차선으로 봐두었던 쇼핑몰로 이동하기로 했다.
일단 수정된 나의 계획은 쇼핑몰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고 마트에서 먹을 걸 좀 사고 승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택시를 타고 거니 플라자라는 쇼핑몰로 향했다.
거기 2층에 있다는 마사지샵으로 향했는데... 못찾았다. 정말 어이없게도 그 2층을 세바퀴를 돌았는데도 마사지샵을 못 찾았다.
심지어 쇼핑몰의 안내 키오스크에서 지도를 찾아서 샵 위치를 파악했는데도 못찾았다. ㅋ
정말 짜증나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이제는 시간이 늦어서 마사지를 받기에는 승선 시간을 빠듯하게 맞출 것 같아서 마사지도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냥 지하 마트에서 맥주만 사고 배로 돌아가기로 했다.
결제를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로비로 돌아가는 중에 미리 그랩으로 택시를 불렀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택시가 멀리서 오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미리 불러서 로비로 올라가는데...
너무 빨리 잡혔다!!
우리는 아직 지하이고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만석이라 하나를 떠나보내고 하염없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는 도착해서 어디냐고? 쇼핑몰 경비가 못 기다리게 한다는 메시지가 날라왔다.
아... 진짜 마지막까지 돌게하네...
그래서 일단 기다리라고 하고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마구 뛰어서 떠나려는 택시를 잡아서 크루즈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배로 돌아가기 전에 한 컷. 배가 너무 커서 전체를 찍은 사진이 이거 하나뿐이네.
지금 이 이야기를 길게 썼지만 결국 뭐하나 하고 온게 없는 기항지 투어인 것이다.
얻은 것은 돌아올 때 맥주 6캔 들고 온거다.
이렇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여행도 처음인데 그게 엄마랑 함께하는 여행인 것이 정말 최악이다.
사실 이런 경험을 해도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자유투어를 할 것 같긴하다.
하지만 그땐 더 꼼꼼하게 설계해서 가겠지. 이번은 너무 안일했어.
도대체 페낭 조지타운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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