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본 이야기는 페낭에 이어 푸켓에서도 개고생한 이야기이다. 나의 속상함이 담겨있다.
우리 크루즈는 다른 동남아 크루즈와 달리 푸켓에서 1박하는, 즉 푸켓에서 오버나이트를 하는 크루즈이었다.
그래서 푸켓에서 1일 차 때는 전날 페낭이 힘들어서 선상에서 쉬었고, 둘째날에 현지투어로 바나나 비치를 예약해두었다.
예약은 푸켓 한인여행사를 통해서 했다. (맘씨좋은 아저씨)
카톡으로 날짜와 인원을 말씀드리면 바우처를 보내주시고 바우처에 있는 계좌로 투어 비용을 완납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텐더보트가 빠통비치 쪽으로 내리기 때문에 굳이 멀리 가지 않고 빠통비치에서 놀다 와도 무방하다.
하지만 좀 더 깨끗한 바다와 덜 붐비는 비치, 그리고 스노클링까지 누리고자 바나나 비치 투어를 예약했다.
대망의 바나나비치 투어날.
우리는 룸서비스로 아침을 후딱 해치우고 텐더보트를 타고 빠통 페리 선착장 근처의 호텔에서 가이드를 기다렸다.
AM 8:30
가이드가 픽업 후, 약 30분동안 차로 이동해서 바나나 비치로 가는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곳에 휠체어를 맡겼고 보관료로 현장에서 300바트를 지불했다.
우리는 스노클링 패키지로 예약했고 1인당 한 개씩 비치타올이 제공된다.
배를 기다리는 동안 탑승자 명단을 작성하고 돌아오는 배편 시간도 정하고 무슨 동의서에도 사인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가이드가 엄마의 상태를 보더니 엄마는 스노클링이 불가능하다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헐...
지난 세부에서 엄마가 무리없이 스노클링을 해서 신청한 것인데 푸켓은 가이드 한 명당 관리해야 하는 손님이 많다 보니 엄마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는 비치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혈육과 나만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사실 이미 그때부터 엄마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이른 시간부터 준비하고 나와서 차를 30분 타고 배를 기다리면서 늘어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AM 10:00
배가 있는 선착장으로 이동해서 스피드 보트에 탑승했다. 다행히 엄마는 오토바이로 배가 있는 곳까지 왔다.
선착장에서 바나나 비치까지는 스피드 보트로 15분이 소요된다.
이동시간은 짧지만 보트가 꽤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바람을 정통으로 맞아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15분만 달리면 이런 해변이 펼쳐진다.
확실히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기까지 오기까지 고생은 했지만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가이드가 지정한 선배드에서 짐을 풀고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는 얕은 듯 하다가 갑자기 깊어지는 지형이라 구명조끼가 필수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물고기를 보며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속이 안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몸을 못 가누셔서 해변에 잠시 앉아 있게 했는데 바로 위액을 올리셔서 당황했다.
허둥지둥 엄마를 부축해서 선배드에 눕혀놓고 가지고 온 물을 계속 마시게 하고 계속 상태를 살폈다.
구명조끼를 너무 꽉 조인걸까? 배타고 들어와서 힘드셨던걸까? 괜히 먼데까지 오자고 했나?
별별 생각을 다하고 있는데 스노클링을 할 시간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엄마 옆을 떠나야 했다.
앉아서 쉬시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스노클링 배를 탔다.
AM 11:00
배를 타고 10여분 정도 달려서 스노클링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약 한 시간동안 스노클링을 했는데, 솔직한 감상은 굳이 여기서 스노클링 안해도 된다.
일단 생각보다 물이 탁해서 시야가 흐릿했고 물고기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여하튼 스노클링은 솔직히 비추다. 비치에서도 충분히 물고기들을 볼 수 있으니 해변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PM 12:00
다시 비치로 돌아온 우리는 엄마의 상태를 다시 살폈다.
다행히 울렁거림은 나아졌고 안정을 찾으신 것 같았다.
다만 이 투어에 점심 뷔페가 포함되어 있는데 점심은 못 드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덩달아 혈육과 나도 먹지 못했다. ㅠ.ㅠ
사실 우리도 너무 당황하고 엄마를 챙기느라 밥 생각이 없기도 했다.
그냥 식당에 가서 수박 몇 개만 후다닥 먹고 다시 엄마에게로 갔다.
PM 1:00
이렇게 좋은 곳에 왔는데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엄마의 상태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배를 2시로 예약해 놔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돌아가는 배는 2시와 5시 배가 있다. 정말 2시 배로 예약하길 참 잘했다.
비치 안쪽으로 샤워실이 있지만 칸막이가 없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것은 불가능하고 물로 소금기만 씻을 수 있는 정도다.
혹시나 해서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갔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가이드가 우리가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투어에 포함된 카약도 못 타고 간다고 수박, 라임, 코코넛 주스를 서비스로 주었다.
라임 주스는 먹을만하다.
PM 2:00
기력이 떨어질대로 다 떨어진 엄마를 모시고 푸켓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다.
그래도 투어업체에 감동받았던 점은 배에 내리니 오토바이가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고 오토바이로 우리가 타고 갈 차까지 태워줬고 그 차 안에는 우리의 휠체어까지 이미 실어져 있었다.
그렇게 다시 빠통 비치까지 와서 다시 텐더보트를 타고 크루즈로 돌아오니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그후로 저녁 내내 주무시다가 우리가 윈재머에서 가져온 콘지(죽)을 드시고 기력을 회복하신 것 같았다.
그냥 나는 세부때보다도 더 쇠약해진 엄마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엄마 이 투어 일정을 소화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빠통비치에서 놀걸 그랬나 보다.
그냥 속상하다. 엄마가 예전 같지 않음이.
어쩌면 정말로... 이 여행이 엄마와 마지막으로 가는 해외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난 바나나비치 자체는 매우 만족했다.
피피섬 투어 등에 비해 이동시간이 짧았고 유료로 들어가는 섬이다 보니 관리가 굉장히 잘 되어 있었다.
다만, 또다시 가게 된다면 스노클링없이 애브리데이 코스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비치 자체는 깨끗하고 물고 맑고 매우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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